로마 제국이 몰락의 길을 치닫고 있던 4세기 후반에 훈족이 동유럽에 침입했다. 이를 계기로 게르만족의 이동이 시작되어 그 후 약 200년간 유럽은 민족이동의 물결에 휩쓸리게 되었다. 그 사이에 게르만족의 여러 왕국이 흥망 했으나, 그중 꾸준히 발전해 서유럽 세계를 재통합한 것은 프랑크족이었다. 프랑크족은 일찍부터 로마 카톨릭 교회와 제휴하여 서유럽 일대에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다. 이것이 게르만 문화와 로마 문화를 융합한 로마 카톨릭 문화로서 동유럽의 비잔틴 문화와 더불어 이슬람 문화에 맞섰다.
게르만 사회는 원래 원시적 씨족사회였으나 게르만인들이 로마 영내에 정주하면서부터 로마의 농업제도를 이어받아 장원제가 발전하게 되고, 게르만의 종사제와 로마의 은대지 제도가 결합한 봉건제가 성립하여 신분제에 입각한 봉건사회가 형성되었다. 한편 로마 카톨릭 교회는 프랑크 왕국의 지지를 받아 그 권위가 높아졌으며, 그 후 점차 세력이 확대되어 봉건제도와 더불어 유럽 중세 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지주가 되었다.
한편 7세기 초 아라비아에서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는 정교 양권을 장악하여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했으며, 뒤이어 그의 후계자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는 광대한 이슬람 제국을 세웠다. 이후 이 제국은 곧 분열되고 제국의 지배권도 아랍인으로부터 페르시아인, 투르크인 등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이슬람교를 받아들임으로써 이슬람 제국의 정신적 통일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하여 페르시아, 그리스, 인도, 로마 등 여러 문화를 이어받아 이들을 융합한 하나의 종합적 문화가 형성되었다.
1. 서유럽 세계의 형성
1) 게르만족의 이동
로마 제국이 한창 그 평화를 자랑하고 있을 무렵 라인강과 도나우강 너머 유럽의 동북부 일대에는 인도-유럽어계인들의 중요한 한 갈래인 게르만족들이 널리 흩어져 살고 있었다. 원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남부와 발트해 연안의 북부 독일 지방에 살고 있었던 이들은 그 후 남하하여 기원 원년 전후에는 라인강과 도나우강 주변까지 진출하여 로마 제국과 접촉하게 되었다.
그들은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촌락 생활을 하며 수렵과 목축 그리고 농경에 종사했다. 부족마다 왕이 있었으며 사회계층으로는 귀족, 자유민 그리고 노예가 있었다. 왕이라고는 하지만 실상 수장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였고, 부족의 중요 사항은 전사들인 자유민의 모임에서 토의되고 결정되었다. 그들 사이에서는 종사제라는 전사 조직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 무리의 전사들이 유력한 군사적 우두머리를 따르며 그에게 충성을 바치고, 우두머리는 그들을 보호하고 부양해 주는 제도였다. 그들은 천신 워단, 군신, 뇌신 등 여러 신을 믿었으며, 사납고 거친 부분도 있었으나 대체로 소박하고 용감하여 오히려 그들을 찬양할 정도였다.
기원후 3세기경 로마 제국의 내정이 문란해지고 국경 방비가 소홀해지자 게르마인들 중에는 국경을 넘어 로마 영내로 흘러들어오는 자의 수가 늘어났다. 이렇게 스며든 자들은 로마의 하급관리나 로마군의 용병이 되기도 하고 콜로누스로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4세기 후엽에 카스피해 서북쪽에 있던 훈족이 서쪽으로 이동하여 흑해 북쪽에 자리 잡고 있던 동고트족을 치고 이어 서고트족에 압박을 가하자 이에 밀린 서고트족들이 로마 황제로부터 도나우강을 건너 로마 영내에 이주할 허락을 받아 대거 이동해 왔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이후 약 200여 년에 걸친 게르만족들의 대대적인 로마 영내 이주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평화적인 이주는 곧 무력에 의한 침입으로 바뀌었다. 378년 로마 지방관리와의 분쟁을 계기로 서고트족은 로마 황제에 반항하고 일어나 로마군을 패배시켰다. 로마는 한때 이들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았으나 서고트족은 다시 봉기하여 그리스를 약탈하고 이어 이탈리아를 공격했다. 이 침입을 막은 로마군의 장군이 유명한 스틸리코였는데, 그 역시 실은 게르만족의 하나인 반달족 출신이었다. 게르만족의 침입에 대한 방비를 게르만족 출신의 장군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로마 제국이 처해 있던 상황을 여실히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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